오늘 연대 발언을 나누기에 앞서,
폐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 정흥길 님과 그 가족분들이
지금의 아픔을 잘 이겨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환히 웃음짓게 되시길 기도하여 봅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이 깃든 건강한 삶을 바라고,
이를 이루기 위해 애씁니다.
때문이겠죠.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한 것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정수기, 공기의 질을 개선하는 공기청정기,
몸 어디어디에 좋다고 하는 건강한 먹거리들을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은 좋은 것들입니다. 선한 것입니다. 하지만 물음을 가져보게 됩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쫓으면서,
정작, 해양 오염과 대기 오염 그리고 생태환경에 무관심한 모습은 무엇인걸까?
이 모순됨을 방관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삶은 정녕 건강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각자가 추구하는 모든 선은, 공동의 선과 무관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고 있는,
정흥길 님의 산재신청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언 듯 겉으로만 보면, 한 개인의 산재신청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개인의 유익만을 목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개인의 불행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불법 하도급, 유해 물질 노출, 보호 장비 미지급 등,
안전과 권리를 가리우는 일터의 구조적 문제를 고발하며,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하고도 위험한
노동환경의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목소리입니다.
폐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한 개인의 사건이 아닌,
비슷한 처우에 있는 다른 노동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과정이자,
많은 이들의 안전한 주거 환경을 위한 우리 모두의 일이 됩니다.
세상에 쓰고 버려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노동의 실질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자구적 판단기준과
경제적 이윤의 요구에 상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죽음의 문화’에 우리는 함께 저항해야 하겠습니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살인과 같은 상황에 침묵이 아닌, 목소리를 내어야하겠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고, 그 존엄을 차순위에 두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의 불행을 함부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게 됩니다.
이것은 경계되어야 할 태도입니다. 우리 사회의 인간다운 건강함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다시금, 정흥길 님의 쾌유를 바라며,
마루시공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의 건강과 권리 회복을 기도합니다.
글
김비오 신부
천주교 노동사목위
[사진 촬영] 유용현(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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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폭염·위해물질” 발암아파트
마루시공 산재신청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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