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전수조사 추진단’은 전수조사가 시급한 업종 명단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사업소득자로 위장해 근로기준법과 4대 보험을 회피하는 ‘3.3 위장고용’ 문제를 바로잡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직원 관리만 잘하면 단속을 피할 것이라 믿는 사업주가 3.3 채용 공고를 공공연히 올리는 상황이다. 추진단은 ‘어디부터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를 투명하게 공론화하는 활동방식을 택했다. 전시성 행정에 머무르지 않고, 노동현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사회운동으로 나아가려는 의도다.
방송과 물류는 정부가 노동자성 오분류 근절을 위해 실태점검과 기획감독을 추진하겠다고 점찍은 업종이다. 현재 방송산업에 실시하려는 근로감독 계획은 지상파와 종편 일부에 한정돼 실효성이 부족하다.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려면 외주제작사를 핵심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 드라마 제작과 같이 단기 고용이 대규모로 사용되는 현장일수록 위장고용이 판친다.
빠르게 종사자가 늘어나는 물류산업은 ‘가짜 3.3 천만 시대’를 주도하는 분야다. 4만 건이 적발돼 전수조사의 효능을 보여준 쿠팡CLS가 대표주자다. 3.3 채용공고를 버젓이 올리는 업계 경쟁사는 퇴직금 포기각서 종용 등 불법적 행태를 일삼는다. 다음달에 국회에서 진행할 ‘물류업계 3.3 전수조사 요구 기자회견’에서는 이들의 실명을 공개해 경종을 울릴 것이다. 실상이 채 알려지지 않은 중소형 단지와 지역형 업체들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와 협력해 대응할 계획이다.
전통적 산업도 빠지지 않는다. 조선업에서는 하도급 구조의 바닥 노동자들을 물량팀이라 부르며, 단기로 대량의 인력을 손쉽게 충원해왔다. 정부는 ‘프로젝트팀’이라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상당수는 3.3 고용방식이 유지돼 불안정 노동의 사슬에 묶인다. 건설현장의 3.3 위장고용은 불법하도급과 결탁된 중간 착취 카르텔의 생존전략이다. 합법적 틀의 안과 밖에 걸쳐 유령처럼 인력을 사용하려면 ‘보름은 근로자, 보름은 사업자’와 같이 이중 처리하는 방식이 유용하다. 마루시공자가 노조를 만들며 투쟁하는 과정에서 실내공정 분야에 만연한 위장수법이 알려졌다. 공동법률구제와 지역별 실태조사에는 형틀목공을 비롯해 불법하도급이 판치는 다양한 공정의 노동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런 사회활동의 단골 분야는 교육과 스포츠다. 노동자로 인정돼 퇴직금을 되찾는 학원강사의 사례는 흔하다.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업체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 강사들로 참여 폭이 확대된다. 헬스트레이너와 골프강사처럼 교육과 스포츠가 결합된 직종에서 법률구제 참여가 부쩍 많아지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IT는 3.3 고용을 널리 사용해온 오래된 분야다. 개발자,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 등 대다수 직종이 해당한다. 개인과 팀별로 업무수행 성과를 측정하기 편한 분야일수록 계약방식과 급여기준을 3.3으로 대체하기 쉽다. 이들의 장시간 노동이 주목받으며 근로시간 제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야기한 바 있다. 노동자성이 배제돼 근로시간 규정이 비켜가니 이런 접근은 부질없다. 원천적으로 노동자성 회복과 근로기준법 적용이 노동문제 해결의 시작이 되는 사례다.
이외에 텔레마케터와 미용사는 3.3 비중이 높은 직종이다. 편의점, 음식점, 카페는 노동자성을 따지는 게 민망한 보통의 노동자를 3.3으로 처리하는 주된 사업장이다. 교통사고조사원은 산재보상 적용이 시급한 현안 분야다.
이들을 시작으로 어떻게 조사해 나갈 것인가. 기본 모델은 2024년 쿠팡캠프식이다. 국세청은 위탁업체 명의로 원천징수된 사업소득세(3.3) 정보를 노동부에 제공한다. 사측에 소명자료를 요구해 고용·산재보험 누락자 명단을 확정한다. 적발 상황에 따라 행정조치와 근로감독을 실시한다. 법률구제와 사회적 연대로 빼앗긴 권리를 함께 되찾아 나간다.
노동부에서 3.3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이가 장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벽에 부딪혀 전시행정에 그칠 것같다는 우려도 커진다. ‘어디부터 어떻게’가 문제가 아니라, 절실한 물음은 따로 있었다. 누가 실행할 것인가. 문제는 ‘주어’다.
[사진] C물류회사의 퇴직금 포기각서(MBC 보도)
글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 ··· ···
(3.3 노동자 권리찾기 상담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