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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발언대] #일하는사람_모두의권리 : ③임준형, 박지은(방과후 강사) | 알림

  • 초코
  • 2020-04-10 14:42
  • 17,416회
*4월 8일, <#일하는사람_모두의권리 진짜뉴스 시민발언대>에서 발언해주신 분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세상에 공유하기 위해 그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세 번째 발언 내용을 공유합니다. 방과후 상사이신 임준형님과 박지은님의 이야기입니다 ...<권유하다> 



박지은


안녕하십니까? 저는 방과후 강사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박지은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 같이 고통 받고 있으니, 참아라.”


이런 말들을 저희는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방과후 강사들은 지금 소득이 ‘절벽’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1월 말부터 현재까지 방과후 강사들은 ‘무직’인 상태입니다.


방과후 강사 계약 형태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요. 저희는 매년 3월이면 학교별로 계약을 합니다. 저희가 대부분 한 학교에 매일 나가는 게 아니고, 보통 하루에 한 학교 나갑니다. 그러니까 월, 화, 수, 목, 금요일 매일 나가는 학교가 다른 게 됩니다. 간 학교에서는 하루에 4시간 정도를 수업을 합니다. 학생들이 저희 수업을 듣기 위해서 2만 5천 원에서 약3~4만 원의 돈을 내게 되는데, 여기서 일부를 떼어서 학교에 주고 나면 그 나머지가 저희 방과후 강사의 소득이 됩니다.


저희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2년에 한 번씩 학교에서 면접을 봅니다. 12월부터 1월까지요. 그런데 학교에서 면접을 방과후 시간에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오후에 면접을 잡으면 저희는 어쩔 수 없이 면접을 보러 갑니다. 내년에도 일을 해야 하니까요. 지금 하는 강의는 휴강을 하고 면접을 보러 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학교에도 제가 뽑히라는 법은 없거든요. 그래서 약1달 간 저희 방과후 강사들은 정말 피를 말리면서 면접을 보게 됩니다. 운이 좋으면 4~5군데 학교와 계약을 하고, 운이 나쁘면 2~3개 학교와 계약을 해서 소득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과후 강사들이 수업을 하러 학교에 갔을 때 교장이 작성해둔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제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저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학교는 계약서를 썼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지 못한 학교도 있어요. 저는 지금 3곳의 학교에서 계약서를 쓰지 못 한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서 방과후 강사가 지원금을 받는 지역이 있대요. 그런데 학교 측과 계약했다는 계약서가 없으면 그게 증명이 안 되는 거예요. 서울 같은 경우는 방과후 강사에 대한 지원책도 나오지 않아서 많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학교에 계약서를 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그랬더니 교장선생님이 ‘안 된다’고 하시고. 교육청에다가 그러면 이런 걸 협조해 달라 했더니, ‘학교와 강사가 계약을 하는데 교육청은 제3자다. 왜 우리가 끼어드냐.’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제가 ‘학교장이 제3자인가요?’ 얘길 했더니, 교육청에서 말하기를, ‘방과후 강사가 현장학습 갈 때 버스기사 분들처럼 그때그때 계약하는 경우라 우리가 굳이 제어를 하지 않는다.’ 교육청이 그런 입장이었습니다.



임준형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어떤 자영업자가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 서비스를 얼마에 판매할지를 정할 수 없다면, 이 사람을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자신이 영업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없다면, 이 사람을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을까.


저희 방과후 강사를 자영업자 취급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은 우리가 찾아가면, ‘학교와 방과후 강사 간 계약의 일이지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학교가 휴업하면서 저희가 수업을 못 하게 되고, 방과후 강사가 자영업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방과후 강사들은 재계약의 부담 때문에 강사료를 올려달라고 말을 하기가 힘들어요. 제가 올해로 8년차로 방과후 강사로 일하고 있는데요. 거의 지난 약10년 간 강사료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얘기가 많아요. 체감 상으로도 그렇고요.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이 떨어졌다는 얘기거든요.


뿐만 아니라 어느 요일에 어느 교실에서 수강생 몇 명을 정원으로 수업을 할지를 방과후 강사가 전혀 정할 수가 없는데, 저희 처우에 대해 학교나 교육청은 ‘우리에겐 아무런 책임이 없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몇 달 씩 무급인 상태에서 노동청도 ‘내 책임 아니다’, 교육부도 ‘내 책임 아니다’, 학교도 ‘내 책임 아니다’라고 말하는 상황에 방과후 강사들이 내몰려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교육청이 방과후 강사의 생계를 보전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더 나아가서 방과후 강사에 대해서 교육청이 ‘원청’으로서 책임을 지고 저희 방과후 강사들의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끝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만나다 보면, 아이들이 누가 비정규직이고 누가 정규직인지를 알고 있다는 걸 저도 알게 돼요. 아이들이 그걸 정말 놀랍게 알아요. 섬뜩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거든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이런 걸 배워 가면 안 됩니다.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존중받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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