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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추석에도 빈손…재난지원금 사각지대 놓인 노동자들 | 알림

  • 권유하다영상팀
  • 2020-10-11 17:06
  • 9,332회

| 일감 없어 투잡 뛰었다가 고용보험 가입했단 이유로 지원 못 받아
| 월말 회비 정산하는 학습지 업계, 9월 일감 줄어도 반영 늦어 지원 대상 제외
| 노동부 "한정된 예산 어쩔 수 없어"…勞 "지원방식 패러다임을 바꿔야"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등에 대한 2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지난 24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정부가 추석 전후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 이하 특고)·프리랜서에게 2차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이하 고용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특고인 방과후교사 중 상당수는 1학기 온라인 수업으로 일감을 잃자 긴급돌봄이나 기초학력도우미, 교내 방역작업, 공공근로 등의 일거리를 찾아나섰다.

 

그런데 이 때 고용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이번 고용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방과후교사노조가 조합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7%(696명)은 고용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었는데, 신청하지 못한 사유로 '고용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90.9%에 달했다.

 

방과후교사노조 김경희 위원장은 "이들이 하던 일은 기껏해야 한 달에 6, 70만원을 받는 일자리고, 그마저도 2~4개월 정도 일했을 뿐"이라며 "생계가 막막해 다른 일자리를 찾은 사람들이 일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억울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처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단기 일자리를 찾았다가 '일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은 "화물차 기사 가운데 일감이 없어 겨우 12일 동안 일용직 노동을 한 바람에 고용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확인됐다"며 "코로나19 이전부터생계가 어려워 투잡으로 일한 특고가 오히려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번 달 일감이 대폭 끊기고 있는 학습지 교사들의 사정은 더 복잡하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지난 달 말에 본격화된 탓에 대부분의 학습지 회사들이 소비자인 학부모 등에게 9월분 회비·교재비를 정산받았다.

 

사측은 이를 환급하는 대신 다음 달인 10월 회비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경우 강사들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도 10월분이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고용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은 지난 8월과 9월 중 하나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위의 사례들은 실제 소득이 줄어드는데도 지원금 기준을 넘지 못하게 된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오수영 위원장은 "1차 고용지원금을 지급할 때는 업계 특성을 반영해 다른 업종과 달리 한 달 뒤 소득을 반영해 지급했다"며 "이번에는 정부가 빨리 일괄 지급해야 한다며 업종 특성을 반영해주지 않은 바람에 소득이 줄어도 받지 못한 선생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9월 수업이 줄어들면 강사가 자신의 돈으로 회비를 메우는 '부정 영업'도 흔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 경우 실제 소득이 감소해도 기록에는 수수료를 다 받은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지원받을 길이 더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한정된 예산으로 가장 어려운 인원부터 지원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경우 그나마 실업급여를 기대할 수 있지 않느냐"며 "아예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절박한 분들을 중심으로 지원금을 지급했다고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도 소득도 불확실한 특고, 프리랜서의 특성을 감안하면 적어도 업종별로 세분화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더 나아가 노동시민단체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정진우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지원 대책의 틀을 다시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프리랜서의 경우 계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사측이 세금 문제 등으로 계약서를 누락하거나 실제 수령금액, 기간 등을 엉망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원을 받을 필요를 노동자에게 '입증'하도록 하는 접근방식 자체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는 일정 자격을 갖춘 노동자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취약한 노동자를 모두 지원하되 부정수급 등을 막기 위해 지원대상에서 제외할 인원을 정부가 가려내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민재

cbs 노컷뉴스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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