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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가짜 5인미만’ 호텔업체가 동아일보 CEO 대상 수상? | 알림

  • 권유하다영상팀
  • 2020-11-02 15:58
  • 8,953회

 

 

‘권리찾기유니온’, 최저임금 위반·수당 미지급 고발 “착취모델”… 행사 사무국 “심사 당시 문제 없었다”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조항을 악용해 형식상 ‘업장 쪼개기’를 한 뒤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연차수당·시간외근로수당을 미지급한 호텔경영업체가 최근 동아일보가 수여하는 ‘신뢰받는 CEO 대상’을 받았다.

 

모 지역 ㅈ호텔의 한 지점에서 일하던 이수영씨는 지난 9월 초 퇴사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가 ‘일한 지 6개월 차에 1일 무급휴가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다. 그는 24시간 격일 맞교대로 호텔 안내 데스크를 지키며 고객 안내 등 각종 업무를 전담했다. 고객 민원 처리와 어메니티(비누, 세면도구 등 무료 비품) 포장, 가운 개기, 세탁 서비스를 맡았고, 숙박 앱 별 예약표시와 객실 현황 실시간 보고도 했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ㅈ호텔과 근로계약을 맺고 일했다. 당시 계약서를 보면 ㅈ호텔 측은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한다”며 “ㅈ업체가 관리하는 각 지점에 순환근무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근로기준법(11조1‧2항)은 ‘상시 5명 미만 사용 사업장’에는 해고 관련 규정과 연차유급휴가·휴업수당·휴게시간·연장근로제한 등 노동시간과 수당, 취업규칙 관련 규정을 전면 적용 제외하고 있다. 서명란엔 건물주인 호텔 사장과 ‘경영대리인’이 나란히 적혔다.

 

 

▲이수영씨(오른쪽)는 권리찾기유니온이 지난달 27일 주최한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고발 경연대회에서 기호 1번 피해당사자로 발언했다. ⓒ권리찾기유니온

 

 

실제 ㅈ업체는 근로기준법상 권리 규정이 무색하게 업무를 지시했다. 이씨에게 24시간 연속 근무를 시키면서도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휴식시간을 제공하지 않았다. “알아서 쉬라면서 고객이 찾아오거나 민원이 생기면 바로 일하게 했어요. 새벽이든 점심시간이든. 사측은 휴게시간이라고 주장했는데, 잘리고서 찾아보니 ‘대기시간’으로 보아 근무로 치더군요.” 

 

CCTV가 24시간 그를 비췄고, 관리자는 10분만 졸거나 화장실을 가도 질책했다. 최저임금도 위반했다. 이씨는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보고 노무사를 통해 급여를 환산하니 시간당 4000원을 받은 꼴이었다”고 했다.

 

5개월 간 일하다 참다못한 이씨는 관리자에게 “새벽 시간 휴식할 수 있도록 전등을 잠시 끄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6개월이 되면 무급으로라도 하루 휴가를 달라”고도 말했다. “내가 알바를 데려오고 ‘알바비’도 대겠다고 했어요. 쉬는 게 너무 간절해서.” 열흘 뒤 이씨는 이를 이유로 ‘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씨는 결국 사직서를 썼다.

 

ㅈ호텔이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니란 사실을 안 건 권고사직을 당한 뒤다. 이씨는 사실상 모 지역 4~5개 지점 직원들과 유기적으로 일했다. 업무를 위한 단체톡방에는 각 지점 직원들과 관리자를 포함해 기본 인원만 15~16명이 들어가 있었다. 관리자가 객실 상황 보고를 지시하면 각 지점 데스크 직원은 대실·숙박·공실 현황을 방 유형별로 실시간으로 올렸다. 직원들은 한 지점 객실이 차면 방문객에게 서로의 지점으로 안내했다. 계약서상 “순환 근무”는 그 자체로 이들 지점이 하나의 사업장임을 뜻한다.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가장 신뢰받는 CEO 경영대상’ 로고. 동아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 행동을 벌여온 권리찾기유니온은 ㅈ업체의 사업모델이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ㅈ업체는 실제 각 모텔의 사장(건물주)과 계약한 위탁 경영업체다. ㅈ업체가 각 모텔을 리모델링해주는 대신 1~2년 간 모텔을 대신 운영하면서 업주에게는 일정 수수료만 떼 주고 나머지 경영수익을 가져가는 특수 계약을 맺고 있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국장(노무사)은 “ㅈ업체는 계약 주체로 모텔 사장을 내세우는 한편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했다. 위탁 경영 대리인이란 이름으로 고용 책임은 피하고 노동자를 쥐어짜 수익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착취 모델”이라며 “이 같은 모델이 허용된다면 사회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ㅈ업체는 이씨의 고용 주체가 아니라 호텔을 위탁 경영할 뿐이며, 청소용역이나 관리자 등은 호텔 소속이 아닌 파견‧용역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주장한다. 이씨와 권유하다는 ㅈ업체를 최저임금 위반과 연차휴가 미지급수당, 시간외 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ㅈ업체 측 고위관계자는 “고객이 방문 전의 휴식 시간도 대기 시간(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최저 급여를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ㅈ업체 측은 “이씨와 계약 당시 ‘근무 시간은 길지만 실제 근무 시간은 몇 시간 안 될 것’이라고 동의를 구했다”며 “고객 20팀을 대하면 실제 근무시간은 5시간 미만이고 새벽 1~2시 정도에는 누워 쉬어도 된다고 사전 양해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ㅈ업체 측은 모 지역 5개 지점 간 업무가 구분 없이 이뤄진 데에는 “가까운 아는 호텔에 고객을 소개시켜준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 지난달 27일 동아일보 지면 기사 갈무리

 

 

한편 ㅈ업체는 최근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가장 신뢰받는 CEO 경영대상’를 수상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에서 ‘4회 2020 대한민국 가장 신뢰받는 CEO 경영대상’ 시상식을 열고 ㅈ호텔을 비롯해 경기 오산시, 서울신용보증재단, 보람그룹 등 총 13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기관에 대상을 수여했다.

 

동아일보는 시상 공고에서 수상자에겐 △10월26일 동아일보 연합광고(별지광고) △10월27일 동아일보 보도 △탁월한 리더십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가장 신뢰받는 CEO로 소개 △10월28일 동아일보에 시상식 사진 등 게재 △동아일보 특집면 게재 내용을 인터넷에도 게재 등 혜택을 제공한다고 알렸다.

 

‘대한민국 가장 신뢰받는 CEO 경영대상’ 주최 측은 ‘5인 미만 위장기업’ 고발과 관련해 ㅈ업체에 수여한 대상 철회 검토 의사를 묻는 질문에 “기준은 행사 기사에 나온 대로다. 처음 확인 당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검토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동아일보가 답변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예리

미디어오늘

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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