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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5년 경리로 일했던 김씨가 겪은 ‘잔인한’ 해고 | 알림

  • 권리찾기유니온홍보실
  • 2020-12-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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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 관리할 회사 세우고 결정은 본사가, 5인 미만 돌려 ‘묻지마 해고’
| 자사보도 막으려 500만원 지급 정황도…부당해고 구제신청

 

중견 물류기업 선광의 계열사 휠라선이 자사 소유 건물 관리를 위해 별도로 세운 회사에서 한 직원에게 2년 간 퇴사를 강요하다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환한 뒤 해고해 논란이다. 휠라선 경영진은 고용과 업무, 회계 관련 의사결정에 주로 관여하고 직원 해고 사유를 밝히거나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전환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편법을 활용해 부당해고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희씨는 지난 2015년 S 관리사무소에서 경리로 입사해 일했다. 휠라선(현재 에프엔홀딩스와 휠라선으로 분할)이 소유한 S 상가의 회계, 총무 업무와 미화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사측으로부터 건물 청소와 시설 상태 관련 지시를 받고 담당자에게 전달, 그 결과를 보고했다. 경기 고양 충장로에 위치한 이 상가엔 학원과 식당 등 40곳 넘는 가게가 들어섰다.

 

S 관리사무소는 물류기업 휠라선이 소유한 S상가의 관리를 위해 따로 세운 회사다. S 사무소엔 관리소장과 경리, 경비, 청소업무 등을 맡는 6~7명이 속해 일했다. 휠라선의 직원인 신아무개 과장이 줄곧 S 사무소의 대표였다. 신 과장과 휠라선 측 이사는 소장과 경리 등도 직접 면접해 채용했다.

 

회사와 갈등이 시작된 건 근무 4년차에 접어들면서다. 청소노동자 중 한 명인 A씨가 근무 시간에 청소를 끝내지 않고 귀가해 쉬는 등 업무 불이행 문제가 지속됐다. 그러나 직원을 관리해야 할 소장이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서 이는 김씨와의 갈등으로 번졌다. 김씨는 회사에 ‘교통 정리’를 요구했다. 회사는 2018년 7월 한 차례 ‘직원들이 반복적으로 관리사무실의 정당한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인사 조치를 받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후 업무 불이행이 계속됐지만 추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A씨 구역 일부를 직접 청소하곤 했다.

 

갈등 끝에 A씨와 소장이 그해 말 차례로 퇴사했다. 회사는 이후 김씨에게 퇴사를 종용했다. A씨가 퇴사 직후 B 언론사에 제보해 김씨가 ‘직장갑질’을 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회사에 전해지면서다. 회사와 김씨의 그간 업무지시 내용과 어긋나는 허위 제보였다.

 

S 사무소 대표를 맡은 신아무개 과장은 당시 김씨에게 “(김씨가) 정당한 업무를 했다고 하고 업무 이상을 한 게 아니라지만 직원들이 고통을 받은 게 사실”이라며 “회사도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경위서로 ‘지시에 따라 정당한 업무를 했다’며 “오히려 A씨가 반말을 하고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상가 입주민들도 ‘김씨가 일을 맡은 뒤 건물 위생과 관리가 크게 나아졌다’고 연서명을 해줬다. 회사는 구두로 해고를 철회하고 정직 1개월로 징계 수위를 내렸다. 김씨는 억울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S 관리사무소는 2018년 7월 한 차례 ‘직원들이 관리사무실의 정당한 업무지시에 따를 것’을 지시했으나,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이후 김씨는 업무지시를 어긴 A씨와 함께 분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사직을 강요 당했다. 권유하다 제공

 

 

그러나 사직 강요는 계속됐다. 신아무개 과장은 지난 4월 그의 5평 남짓한 사무실을 찾아 7시간 동안 김씨 곁에서 사직서를 쓰라고 요구했다. 이번엔 “새 소장이 퇴사한 것도 당신 때문이라고 한다”는 이유였다. 그는 나갈 수 없다며 사직 요구를 견뎠다. 

 

버티던 김씨는 지난 9월 결국 해고를 당했다. S 사무소는 지난 6월 직접고용하던 청소미화 업무를 용역으로 돌렸고, 직원이 4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회사가 이유를 들지 않고 직원을 해고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고 사유 제한과 해고 시 서면통지, 직장 내 괴롭힘 등에 관한 조항을 규정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신 과장은 8월 초 그의 책상에 ‘계약만료 통지서’를 두고 갔다. 통지서엔 그의 주민등록번호가 틀리게 적혔다. 직인도 없었다. 그의 고용 형태는 정규직이라 ‘계약만료’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김씨는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 5년을 버틴 직장에서 잘렸다.

 

김씨는 “양쪽이 다른 주장을 하면 누가 정당한 업무를 하고 어떤 주장이 옳은지 따져보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이 곳은 그런 절차가 없었다는 게 가장 답답하다. ‘기승전 해고’를 강요 당하다 결국에는 일방적으로 해고됐다”고 했다.

 

한편 A씨와 신 과장의 당시 발언에 따르면 휠라선은 A씨의 언론 제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사에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A씨에게 금전을 지급하기도 했다. 신아무개 대표는 2018년 12월 당시 김씨와 대화에서 “A씨 (제보) 건은 우리가 500만원을 줬다. (휠라선) 이사님과 회장님이 (김씨에게) 손해배상 청구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에게는 해명 기회를 주지 않은 채였다. A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퇴직금과 연차수당 외에 500만원을 따로 지급 받았다. 회사는 왜 주는지 따로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휠라선은 웹사이트를 통해 자사 웹사이트에 주요 종목으로 S 상가 등을 통한 임대업을 소개하고 있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노무사는 “휠라선은 임직원이 S 사무소 직원 지시와 채용 등에 관여하고 자사 자금으로 급여도 보조해왔다. 신아무개 대표가 김씨에게 ‘자신은 지시에 따르지 결정권이 없다’고 반복적으로 말한 데 비춰도 실고용주는 휠라선이었다”며 “김씨에게 사직을 강요하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임을 이용해 부당징계이자 이중징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씨와 권리찾기유니온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사직 강요에 대해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정할 예정이다.

 

본사 휠라선은 김씨 해고가 법적으로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휠라선 사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고 사유를 묻는 질문에 “법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 사유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그 분은 회사가 시키지 않은 업무를 하면서 소장과 청소미화원들을 괴롭혔다”고 했다. 그러나 S 관리사무소 명의로 발급된 인사발령과 공지문 등에 따르면 김씨의 업무에 ‘관리비, 회계, 총무와 미화 관리’가 포함됐다. 신아무개 대표(휠라선 과장)는 개인톡으로 수시로 김씨에게 빌딩 곳곳의 위생 관리를 지시했고, 김씨는 후속 조치를 보고했다.

 

휠라선 관계자는 본사가 S 사무소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점에는 “처음에 회사가 자리를 잡을 때 돕기 위해 면접 때만 도와줬을 뿐”이라고 했다. 휠라선 측이 보도를 막기 위해 금품을 지급했다는 데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S 업체 대표인 신 과장은 미디어오늘의 전화와 메시지 등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글 | 사진

김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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