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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것들

  • iron
  • 2020-05-14 17:19
  • 4,765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수필도 있고,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란 노래도 있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떠올려본다.

 

싫어하는 소리 3종 모음이 있다.

하나. 대중 목욕탕에서 발장구치는 소리다. 발장구를 치는 사람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인 듯 대체로 오래도록 친다. 이들을 전국의 찜질방 목욕탕에서 맞닥뜨리곤 하는 걸 보면 꽤 광범위한 분포가 있는 듯하다.

둘. 전철역 계단을 따악- 딱 내려가는 발소리다. 신발 바닥과 굽이 나무 같은 걸로 돼 있고 발등이나 발목에 고정된 게 없이 발가락만 끼워 넣은 슬리퍼는 계단 위부터 아래까지 줄기차게 바닥을 울려댄다.

셋. 버스에서 껌으로 풍선을 불어 터뜨렸다가 짝짝짝거리며 내는 소리다. 세 가지 소리의 공통점은 여럿이 모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지 않는 아랑곳없음이다.

 

 

또 다른 소리도 싫어한다. 내 이익만을 재고 계산하며 통빡을 굴리는 소리다. 모두가 이익의 저울질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헌신이나 나눔을 실현하려는 나름 노력을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라는 영화 대사처럼. 받으려고만 하다가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까지 자연스러워진 경우. 오로지 나만 혹은 확장된 나인, 내 가족만 챙기는 잇속 계산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니 결국은 손해이지 않을까.

 

싫어했는데 이제는 보기 드물어진 것이 있다. 전철 의자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신문을 보는 아저씨의 공세적 자세다. 넓적다리 밀착이 불편해 다리를 오므리면 또 그만큼을 벌려오며 땅따먹기하듯 차지해버리는 영역침해. 내 가슴 앞에서 신문을 넘기는 손길에 수세적으로 위축되던 상황이 사라졌다. ‘쩍벌남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던 걸 보면 내가 싫은 건 남도 싫기 마련인 모양이다.

 

 

싫어하다가 받아들이게 된 것도 있다. 길에서 애정 표현을 하는 커플의 모습이다. 싫어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내가 그래 보지 못해서, 부러워서 그런 것 같았다. 서로 좋아서 하는 행동이니 내가 빤히 바라보지만 않으면 되지.’ 하고 넘기게 됐다.

 

앞서 얘기한 싫어하는 것들에도 부러움이 담겨있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다른 사람의 생각 따위 평가 따위 무슨 상관이야 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처지에서 부러운 건 아닌지 말이다.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 당당하다기보다 단지 주변을 배려하지 못할 뿐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나 역시도 몰라서 또 생각이 짧아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참 많을 거다. 참 눈치도 없고 차암 분위기 파악도 못하며 사니 그렇다.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 처음 가본 장소의 횡단보도. 차도는 8차선처럼 광활하게 넓었던 기억이다. 길을 건너다 중간에 신호가 바뀌어 버렸다. 중앙선에 서 있는데 지나가던 차에서 누가 손가락질을 했다. 한 명의, 한 번의 손가락질에도 마음을 다쳤다. 그때 비난하는 손가락질도 총질 같은 거구나.’ 느꼈고. 나도 상황을 다 알지 못하며 예단해서 눈총이나 손가락총을 쏘진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사람, 다른 사람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조정하는 사람, 허술해서 부족함이 눈에 빤히 보이는 사람과 다르게 교묘하게 위장해서 훌륭하다고 오인까지 되는 사람, 완벽해 보이지만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 거짓말이 기본인 사람, ‘어느 살인자의 기억법처럼 자신에게만 유리한 기억으로 갈무리하기에 자기 자신까지 속이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써놓고 보니 무시무시하고 맞닥뜨렸을 땐 소시오패스의 현신 같지만, 그냥저냥 우리 곁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내 안엔 무엇이 있을까. 이런 모습이 내 안엔 없을까. 모두에게 모든 게 있을 거다. 좋다고 생각해서 그걸 발현시키고 장려하는 부분이 있고, 싫다고 생각해서 억눌러 잠재우는 요소가 있을 뿐일 거다. 엄마가 욕하는 것에 상처받아 어린 날 욕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지켜가고 있는 것처럼. 무얼 하거나 안 하거나 마음 바탕의 선택은 내 몫이다. 내가 나를 나답게 만들어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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