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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실화냐

  • iron
  • 2020-03-19 15:59
  • 2,889회

오후 1시~ 오후 6시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사무실에 나오고 있다. 아이구나! 능력자 집행위원장님이랑 실력자 사무국장님의 컴 실력을 볼 때 난 뭐로 보탬이 되지 싶은 시간.

 

컴 앞에 앉아 있다가 화장실 청소도 조금 하고. 다음 날은 마실거리를 타는 공간을 정리해 보고. 그다음 날은 신발장도 닦고. 딴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움직움직하며 보람을 찾아보는데.

 

아뿔싸 며칠 전에 일이 있었다. 오후에 사무실에 나오니 화장실에 놓인 싱크대 상판에 수세미가 나와 있는 거다. 아니 이것은 내가 며칠 전 화장실 변기를 닦고 빨랫비누 곽에 넣어 분리해 놓은 그것이 아닌가.

 

급하게 사무국 텔방에 텔을 올렸다.

 

'아 참 화장실 수세미요.

스펀지와 거친 면 양면 수세미(빨래비누 옆 위치)... 변기용,

노란 뜨개 수세미(대야 옆 위치)... 세면대용,

작은 빨간 뜨개 수세미(세면대 옆 위치)... 그릇용.

이렇게 분리해서 사용할게요.^^'

 

미리 이야기해놓지 않은 뒷북 텔. ‘빨랫비누 곽에 놓았으니 그릇을 닦진 않겠지, 그릇을 닦는 위치에 부러 다른 수세미를 놓았으니 그걸 사용하겠지.’ 하는 생각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바라보는 집행위원장님께 조심스레 물었다.

 

위원장님, 양면 수세미로 뭐 하셨어요?”

 

한참 찾았어요. 버렸을 리는 없는데 이게 어디 갔나 하고. 수세미로는 오전에 컵 닦았죠.”

 

어떤 컵이요?”

 

제가 사무실에서 쓰는 개인 컵이요.”

 

공용의 여러 그릇을 닦을 일은 없었고, 위원장님만 사용하는 컵 하나만을 닦은 걸 다행이라 여기며 가슴을 쓸어내렸다면 못된 마음일까.

  

위원장님, 그거 변기 닦은 건데...”

 

아니... 그걸... ...”

 

스펀지 쪽으론 변기 커버 닦고, 깔깔한 쪽으론 변기 안쪽을 닦기에 딱 좋더라고요.”

 

... 하나 더 사 오라고 하시지... ...”

 

그리곤 혼잣말을 하시는 거다.

 

빨간 수세미를 쓸까 했는데... 근데 내가 수세미를 헹구고 컵을 닦았나... 아니 그냥 닦았을 거야... ...”

 

나야 미안해서 배실배실 웃으며 얘기했지만, 위원장님 역시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내내 웃으며 얘기를 했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며 표정 관리도 하고 안 괜찮은 것도 괜찮은 척 넘어가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화를 조금도 안 내고 웃으며 지나갔다.

 

위원장님, 성불하셨습니다. 짱이에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근데 그 컵은 어디에 있을까. 계속 사용하고 계실까. 부러 위원장님 책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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