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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

  • iron
  • 2020-03-13 16:11
  • 2,876회

토요일인 내일이 사무국장님 생일이다. 지난 화요일에 공동체 주택에 같이 사는 한 엄마가 아이 생일이라고 생일 떡을 준 걸 나눠 먹으려 들고 왔다가 우연히 생일 이야기가 나왔다. 생일을 챙겨주고 싶었다. 마을 빵집에서 케이크 하나 사 들고 사무실로 왔는데 사무국장님이 기뻐했다. 생일 케이크 먹은 지 7년은 됐다고 했다. 나도 기뻤다.

사적인 관계에선 흔히들 챙겨주는 게 생일인데. 활동하고 운동하고 그러는 이들은 그냥 지나치기에 십상인 게 또 생일인 듯하다.

 

내 생일을 챙겨주는 모임은 정모. 성미산마을에 살고 있는데 마을로 이사 오던 처음 해 여름부터 매월 한 달에 한 번씩 술 마시는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4명이 구성원이고, 매월 만나니 모임 이름을 정모라고 지었다. 벌써 13년 동안 매달 함께였다니. 돌아보니 그 세월이 대단하다. 해마다 서로의 생일을 꼬박 챙겨준 것도 모임을 정겹게 만든 데 일조한 거 같다.

 

이 모임의 장점은 나보다 4, 6, 9살 많은 나이의 인적 구성이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도 언제나 내가 그중 제일 젊은이로 남는다는 거다. 함께하는 술친구들의 또 다른 특징은 나이를 먹어도 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다. 보통 3차를 하고 헤어진다. 중간에 잠들거나 혀가 꼬이거나 눈빛이 풀어지는 일은 있어도 몸을 사리는 일은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제일 젊은나만 해도 나이 한 살 더 먹으며 술이 약해지고 숙취가 오래가는 걸 몸으로 느끼는데.

 

소주를 끊은 지 한 10년 됐다. 술을 처음 마시던 때 소주 맛이 싫어서 환타나 사이다를 타서 마시니 약한 모습이라고 했다. 친구는 한 번에 들이키고 캬아~” 소리까지 내며 잔을 탁 내려놓아야 한다며 강한 모습을 일러 주었다. 서민의 술이라 일컬어지니 차마 거부하지 못하고 마시고, 또 선배가 따라주면 사양하기 어려워 마셨다. 잔을 내려놓지 않고 비우고 다시 잔을 건네는 게 당시 예의였다그렇게 첫차 다니는 아침까지 마시는 날들이 많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심정으로 난 소주 맛이 싫다고, 단 한 번도 소주가 달았던 적이 없다고 말하고 끊었다. 난 맥주나 청하나 산사춘이나 이런 걸 마시고 나머지 세 사람은 같은 양의 소주를 마시니. 평소 필름 잘 끊기는 내가 이 모임에선 전날 기억을 되살려 얘기해 주는 신선한 경험도 한다.

 

 

정모 친구들은 배려도 해준다. 많이들 바쁜데 만나는 날짜는 톡방에서 내가 가능하다고 올리는 서너 개 날짜 중에서 골라주고. 웬만해선 날짜 변동 없이 사수한다. 내가 감동까지 받은 날도 있다. 다음날 일본 출장인 친구가 있었는데 새벽까지 같이 마시고 사무실에서 잠깐 눈 붙이고 아침 비행기로 떠났다. 돌아올 땐 작은 선물도 잊지 않고.

사람 사이에 성의라는 걸 보이는 건 참 중요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의 마음도 있지만. 보이고 표현하고 전달하는 일 역시 소중하다는 얘기.

 

조금 전 사무국장님께 옻칠 수저를 생일선물로 전하고. 집행위원장님 생일도 물어 적어 놓았다. 역시 같은 선물을 색깔 달리해서 하려고 한다. 사무실 일회용 수저는 비상용으로 묵혀둘 요량으로 사무국 한 분 한 분 선물은 건강에 좋은 옻칠 수저로 미리 확정한다. 선물은 받는 사람도 기분 좋지만 주는 사람도 참 기분 좋은 거 같다. 사실 커뮤니티의 어원은 라틴어에서 왔단다. cum ‘함께’ munus ‘선물’. 함께 마음 담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정을 쌓는 공동체를 꿈꾼다.

 

 

댓글목록

나리님의 댓글

나리 작성일

살기 팍팍한 세상일수록 서로 챙기고 배려해주는 게 참 중요하죠...! 저도 주변 사람들 오늘부터라도 잘 챙겨봐야겠어요!(굳은 다짐)

안녕을위해님의 댓글

안녕을위해 작성일

생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