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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부터 미리 마시기

  • iron
  • 2020-03-12 16:03
  • 2,764회

7일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좋아하는 책의 표지를 올리는 북커버챌린지에 동참 중이다. 페이스북 친구의 지목으로 바통을 이어받아서 매일 1권의 책 표지와 1명의 다음 주자를 선정해 올리고 있다. 

 

사흘째 되는 오늘. 이미 읽은, 좋아하는 책 표지를 올리는 게 과연 독서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일인지 모르겠다는 회의감이 살짝 들었다. 누가 시작하고 어디서 출발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몇 명에게 보내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행운의 편지라면 무시해버리겠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인의 추천 성의를 생각해서 이어가야지 싶기도 하다. 내 전 주자가 일주일 동안 일관성 있게 세월호 참사 관련 다양한 책 표지를 꾸준히 올리는 것을 의미 있게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오늘 페이스북에 올린 책 표지는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이다.

몇 년 전에 인생의 학교인 감옥에 한 번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70년에 태어나 여러 역사의 격랑 속에서 백골단에 한 번 잡혀본 적 없고, 닭장차 한 번 타 본 적 없고, 경찰서에서 주는 밥 한 번 먹어본 적 없는 게 그리 당당할 건 아니라는 생각이라서 그랬다

 

호적에 빨간 줄이란 것의 처음도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에게 했던 것이 시초라고 하는데. 그처럼 세상을 바꾸려는 운동으로 얻은 전과야말로 훈장과도 같다는 생각이라서 그랬다.

 

한데 감옥에 가는 건 치열하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그 결과물이라는 당연한 깨달음을 얻는다

뒤쪽에서 노래 따라 부르며 팔뚝질만 몇 번 하다가 백골단이 달려오면 빠르게 도망갔으니 잡혀갈 일도 없던 것처럼. 집회신고나 꼬박꼬박 내 이름으로 내는 따위로 가능한 게 아니었다.

 

또 들어간다면 국가보안법 양심수로 독방. 이런 고고한상상을 했는데 잡범 역시도 존중해야 하는 동료겠다는 생각도 든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실 더 큰 죄를 지은 죄수는 돈이 있고 빽이 있어 감옥 밖에서 활개 치고 사는 세상이기도 하니 말이다.

  

'익은 벼'와 같은 사람은 오만하지 않고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좋은 점을 배우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담론을 읽으면 다른 재소자들과 따듯하게 어울리는 신영복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진다.

 

하여튼 담론의 책 표지를 올린 오늘의 결론. 감옥은 열심히 살다가 가게 된다면 영광으로 가겠고, 감옥에 가면 잡범들에게도 배우며 지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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