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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냄새가 준 깨달음

  • iron
  • 2020-03-10 14:43
  • 2,892회

어젯밤 집에 들어가니 큰애가 내 방에서 자고 있었다. 가끔 그러는데 엄마 방 침대가 좋다고 바꿔 자자고 한다.

옷 갈아입고, 소지품이 들어있는 가방째 들고 아이 방으로 갔다. 베개 옆 머리맡에 가방을 두고 잠들었다. 그리곤 새벽 내 잠에서 여러 차례 깼다. 고기 냄새가 계속 맡아져서였다. 덩어리 고기를 끊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느끼한 냄새를 맡자니 고역이었다.

 

 

얘가 방에서 족발이든 뭐든 고기 종류를 먹고 휴지통에 찌꺼기를 버린 건가?’ 자다가 일어나 뚜껑 없는 휴지통 위에 서류를 얹어 막아보기도 하고.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는데 도대체 얼마나 먹은 거지?’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일정 시간 뒤 창문을 다시 닫고 자기엔 피곤한 일이었다. 자다 깨기만 반복했다.

 

 

아침에서야 깨달았다. 고기 냄새는 방에서 난 게 아니라 내 가방에서 난 거라는 걸. 간밤 지인들과 술자리. 음식을 남기는 걸 싫어하는데 일행 중에 고기를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김치찜에 들어있는 고기가 남았다. 아까우니 집의 아이들이라도 먹이려고 암퇘지 앞다릿살 찢어놓은 걸 봉지에 싸서 가방에 넣어왔는데. 잊고 그냥 잔 거다.

가방에 코를 박고 자면서도 고기 냄새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으니 해결이 어려울 밖에.

 

 

때론 아니 자주. 문제는 내 안에 기인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댓글목록

iron님의 댓글

iron 작성일

와~ 찬성이요, 찬성!

나리님의 댓글

나리 작성일

저도 고기 끊을까 고민중이에요... 채식에 관심이 생겨서요. 비건까진 어렵고 페스코 도전해보고 싶어요!

iron님의 댓글

iron 작성일

싸간 고기는 큰애가 "맛있다. 행복하다."며 먹었어요. 버려질 음식은 포장이 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