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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말관리사•기수가 부리고 돈은 마사회가 가져간다

  • iron
  • 2020-03-09 17:18
  • 2,785회

토요일엔 희망차량행진에 참가했다. 코로나 정국을 돌파하는 비대면 차량행진이었다. 사람 죽이는 마사회. 사람 잡는 부산경남경마공원. 죽음의 경주를 멈추라는 생명의 행진이었다. 문중원 기수가 돌아가신 지 99일째 되는 날이었다.

 

날씨가 좋았다. 믿을 수 없는 마사회라는 걸 알지만 전날 협상이라도 마쳤고. 마사회를 바꾸어 내겠다는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기에 참여자들의 표정도 밝았다.

과천 경마공원역에 모였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이라는 깃발을 달았다. 뒷유리엔 죽음을 멈추는 희망차량행진포스터를 붙였다. 앞 유리 포스터엔 대통령이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경적을 울리고 분향소가 있는 광화문으로 출발했다. 광화문에선 피켓을 들고 선 유족과 시민들이 부부젤라를 불어 화답했다. 장례식장인 대학로까지 유족들이 외롭지 않게 500여 대의 차량이 함께했다.

 

일요일엔 문중원 기수 추모제에 참여하고 조문하러 장례식장에 갔다. 냉동차에 시신을 안치하고 관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으며 거리 분향소를 차렸던 유족들. 오체투지, 108배에 이어 단식투쟁까지 이어갔던 유족들. 내 남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억울한 자살자가 나오지 않도록 마사회를 바꾸는 싸움을 하겠다는 결의가 그동안 우리를 이끌어 주었다. 아내인 오은주 님은 가족 안에서 존재만으로 빛났던 남편이 하늘의 별로 반짝일 수 있도록, 남편을 편히 보내줄 수 있도록 손잡아준 시민들에 고맙다고 인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99일 동안 잊지 못할 인연을 만났다며 따듯한 마음과 연대의 손길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했다.

 

고 문중원 기수는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생기고 7번째 자살자였다. 자살시도자는 훨씬 많았다. 마사회가 선진경마를 외치며 시범적으로 가장 경쟁으로 내모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노동자들은 서울처럼만되도 이렇게 죽음이 이어지진 않을 거라 말한다. 2017년 박경근 말관리사는 유서에 ‘*같은 마사회라고 썼다. 팀장이 돼서 마사회를 더 들여다보게 되자 썩어빠진 마사회라며 번뇌가 컸다고 한다. 올해 말관리사와 기수들 인터뷰 내용을 보아도 마사회를 쓰레기 집단이라고 칭한다. 부패와 비리의 마사회를 죽음으로 고발하고 떠나간 사람들.

경마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어서. 시민들은 재산을 잃고 건강을 잃고 인생을 잃게 하고. 말관리사와 기수들은 경쟁의 끝판왕이 되라고 몰아 죽음으로 내모는 마사회를 이대로만 두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말관리사가 말을 훈련하고, 기수가 말을 타고, 말은 채찍을 맞아가며 달린다. 시민들은 호주머니를 털어 마권을 산다. 말관리사와 기수는 위험에 내몰리며 죽거나 다치거나 자살하거나 하고. 말의 수명은 20~35년인데 경주마는 2~4세면 잦은 부상으로 경주 퇴역마가 되고, 도축장에서 말고기로 팔려나간다.

마사회는 하청에 재하청을 주어 의무는 면제하고 막강 권한을 휘두르며 임원과 정직원이 높은 연봉과 성과급의 잔치를 벌인다. 8조 원의 매출로 지자체에 내는 세금 순위 1. 돈으로 권력화한 집단. 교수와 의료인과 법조인 등 빵빵한 마주들의 빽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정말이지 재주는 말관리사•기수가 부리고 돈은 마사회가 가져간다.

 

한데 고인을 보내는 영결식이 있는 오늘. 마사회는 한국 마사회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라는 대책위 입장문을 문제 삼아 6일의 합의마저 파기해 버렸다.

말 그대로. ‘멈출 수 없는 투쟁은 우리의 의지를 넘어 필연적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댓글목록

iron님의 댓글

iron 작성일

사람을 죽이는,사람을 잡는, 죽음을 부르는 마사회. 꼭 바꿔내야!

타이거언니님의 댓글

타이거언니 작성일

슬프네요... 사람끼리 세력끼리 생각은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죽음에 대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을 텐데요. 자본과 권력이 그 예의를 지켜주는 날이 언제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