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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게 무섭다 | 경기

  • 나리
  • 2020-03-26 14:54
  • 1,718회

 


'죽다 살아났다'라는 느낌을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받았다. 한 번은 1월 말 쯤 A형 독감에 걸렸을 때. 새벽에 온 몸이 뒤틀리고 누가 꽉 쥐어짜는 듯 아파서, 그게 너무 황당해서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려다가 실패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A형 독감이란다. 내 기억하기로는 독감엔 처음 걸린 거였다.


독감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아픈 거구나. 하면서 집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혼자 사는 데다가 일상 루틴이 '집, 회사, 집'인 나에게 출근을 못 한다는 건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일상이 증발해서 사라진 것 같았다. 어찌어찌 약 받아먹고 며칠 쉬고 나니 A형독감은 금방 물러갔다. 그렇게 2020년 액땜을 다 한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몸살이 났다. 이유는 모른다. 일을 과도하게 한 것도 아니고 엄청 무리해서 놀았던 기억도 없다. 그냥 몸살이 났다. 하필 코로나19 정국에. 내가 아픈 게 혹시 코로나19 때문은 아닐까 걱정했다. 만약 내가 코로나19에 걸린 거라면, 나만이 아니라 나랑 최근 접촉한 모든 사람들이 위험해지니까. 그게 너무 무서웠다.


직장 근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내 증상 자체가 코로나19와는 무관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계속 마음이 두렵다. 아픈 게 이렇게 무서운 거였구나. 서른이 넘어서야 깨닫는다. 건강을 지키는 게 정말 많이 힘든 시기다. 다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이 시기를 견디길...



댓글목록

iron님의 댓글

iron 작성일

코로나19에 조심하며 많은 이들이 하는 얘기가 내가 아플까 보다 다른 사람에게 옮길까 두렵다고. 근데 크게 아프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면. 더 생각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비둘기 한 마리가 나는 것도. 아이들이 고무줄 하며 노는 모습도. 나무에 바람이 부는 것도. 다르게 보이고요.

나리님의 댓글의 댓글

나리 작성일

맞아요 정말...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달리 보이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