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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노동자 유령 취급하는 복지부 | 현장

  • 이정호
  • 2020-07-23 14:15
  • 6,975회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던 사회서비스원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가 22일 오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출범 1년을 맞은 사회서비스원의 문제와 개선 과제를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종합발제를 맡은 공공운수노조 오승은 정책기획부장은 대선 이후 사회서비스원 추진 과정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후보는 2017년 4월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노인요양, 아이돌봄, 장애인 지원 등을 담당하는 사회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사회서비스원을 공약했다.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서비스가 대부분 민간위탁돼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이용자와 서비스노동자 모두가 불만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동안 당초 계획과 달리 계속 축소돼 왔다. 사회서비스원이 고용할 인력은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 년 계획엔 ‘34만개’ 일자리 창출로 표현됐다가, 석 달 뒤 일자리정책 5개 년 로드맵에선 ‘17만개’로 절반이 줄었다. 다시 5개월 뒤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 법안엔 또다시 절반 이상으로 줄어 7만 4163명이 됐다. 불과 2년 만에 34만개 일자리에서 7만개로 줄었다.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처우도 당초 계획과 달리 월급제가 아닌 시급제로 운영중이고, 신규 시설만 운영하고 정부 예산보다는 자체 수입으로 운영하는 독립채산제로 형애화됐다. 

 

 

‘시급제’로 불안정노동 강요

 

이런 공약 후퇴는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4개 시범사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4개 시범사업 중 서울시 사업만 월급제로 운영하고 나머지 3개는 모두 시급제로 운영한다. 시급제는 종사자들에겐 업무가 없으면 수입도 없는 상황을 만들고, 3개 지역 사회서비스원에겐 서비스 질을 개선할 유인 효과를 주지 않는다.

 

 

[사진] 공공운수노조 오승은 정책기획부장이 사회서비스원 출범 1주년을 평가하고 있다. ⓒ이정호

 

오승은 부장은 “특히 시설별 독립채산제 원칙은 시민사회의 반발로 2018년 복지부의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법안엔 빠졌는데도, 복지부는 이후에도 계속 독립채산제를 언급한다”고 했다. 오 부장은 “경기도와 경남도 사회서비스원 사업에선 부실운영과 공약 후퇴 기미가 심각한데도 복지부가 점검은 물론 최소한의 개입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용자이면서 동시에 서비스 공급자인 해당 노동자에게 폐쇄적인 복지부의 사회서비스원 거버넌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복지부는 지난 16일 사회서비스원 개원 1년의 성과와 발전방향을 논하는 정책포럼을 개최했는데, 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관 1명을 뺀 주제발표자와 좌장, 패널이 모두 ‘교수’였다. 


오 부장은 사회서비스원의 월급제와 시급제를 비교하면서 “시급제는 해당 노동자에게 일이 없으면 근무도 없고, 인건비도 발생하지 않아 불안정노동을 양산하고, 해당 사회서비스원에겐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유인도 없어, 서비스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서울시를 뺀 3개 시범사업에서 요양보호사는 팀장급을 뺀 모두가 ‘시급제’로 고용돼 있다. 이는 당초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사회서비스가 민간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질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려고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한다는 대통령 공약 취지와 맞지 않다. 

 

 

복지부와 지자체 ‘책임 떠넘기기’

 

오 부장은 복지부와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사회서비스원으로 고용승계가 예정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을 뺀 서비스원 정원 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노조가 반발하자 광주시는 복지부가 준 정원표대로 정했다고 했다. 다시 복지부는 정원표는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하면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했다. 광주시가 밝힌 사회서비스원 정원표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1~6급 일반직과 연구직만 있다. 결국 실제 이용자를 만나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유령인 셈이다. 

 

 

기존 국공립시설은 방치하겠다는 건지

 

복지부가 신규 시설만 사회서비스원에 넣겠다고 하는 것도 대통령 공약 취지와 맞지 않다. 전국엔 지금도 4천여 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지만, 무늬만 국공립이고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운영돼 사실상 민간 어린이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복지부는 이들 기존 국공립시설은 민간위탁 상태로 방치하겠다는 거다. 한 사람이 특정 국공립어린이집을 10년 이상 민간위탁 받아 운영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 무늬만 국공립인 이들 시설은 사실상 사유화됐다. 복지부는 공립요양원에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인다. 


오 부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때 대구 사회서비스원이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해 공공기관으로 거듭난 예에서 보듯이 사회서비스원은 적정한 인력부터 정규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하는 김혜미 지부장과 최영일 공공운수노조 광주사회서비스원 특별위원장이 각각 현장사례를 발표했다. 토론에는 함미영 보육지부장과 김정아 재가요양사업단 조직국장, 김완수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사무국장, 신현석 사회복지지부 조직국장 등이 참여했다.

 

 

글│사진

이정호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