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유하기

'김용균 읽기'4 - 하청은 더 많이 아파도 치료 못 받아 | 정책

  • 이정호
  • 2020-07-22 11:04
  • 6,580회

김용균재단이 지난 5월28일부터 2주 간격으로 ‘김용균 보고서 읽기 모임’을 연다. 김용균재단은 보고서에 담긴 진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위험한 노동이 계속되는 한국 노동시장을 바로 잡으려고 지난 5월28일 1강에 이어 6월11일 2강, 6월25일 3강, 7월9일 4강, 7월16일 5강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보고서 읽기 모임으로 이어간다. 읽기 모임은 대부분 김용균 특조위에 조사위원으로 참여해 발전소 안팎에서 진상조사했던 전문가들이 각자 맡은 주제에 따라 진행한다. 권유찾기유니온 권유하다는 보고서 읽기 모임을 차례대로 싣는다 ... <편집자>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전 김용균특조위 위원)가 지난 9일 ‘더 많이 아프지만 치료율도 낮은 일상적 보건관리의 문제’라는 주제로 김용균보고서읽기 네번째 모임을 진행했다. 


김현주 교수는 이날 공식 산업재해율, 건강보험공단 자료, 설문조사, 회사자료 등을 통해 발전소 안에서 더 많이 아프고 다치는 이들이 누구인지, 왜 그런지 살폈다. 김 교수는 노동자 안전과 건강이 지켜지지 않는 발전소에서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도 제안했다. 

 

 

[사진1] 이대목동병원 김현주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김용균보고서 읽기모임 4강을 진행했다.  김용균재단

 

 

하청 노동자가 더 많이 아프다

 

설문조사 결과 지난 1년간 발전소에서 작업 관련 사고로 인한 손상 및 중독으로 병의원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건 모두 234건이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작업 관련 사고 및 중독 치료 유병률은 협력사(3.91%), 자회사(3.13%), 하역업체(3.57%), 발전회사(0.45%) 순서로 높았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에 손상 및 중독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결국 고용형태상 하청 노동자들은 더 많이 아팠다. 자회사 직고용을 정규직 전환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산재 발생 통계와 설문조사 결과 자회사는 여느 하청사와 비슷했다.

 

 

[사진2] 지난 1년간 고용형태별 발전노동자 손상 및 중독 치료유병률 ⓒ김용균보고서

 

 

[사진3] 원하청 간의 SNS 소통 사례 ⓒ김용균보고서

 

지난 1년간 아파서 3일 이상 휴업한 사람은 모두 26명이었다. 이 가운데 발전회사(원청) 1명, 하역업체 1명을 뺀 24명은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원하청으로 쪼개진 발전사 구조 때문에 원하청 노동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사고 발생의 원인이다. 원청 관리자가 카톡 등 SNS로 현장의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지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래 소개하는 원청 관리자의 업무지시 사례는 맨홀 밀폐공간 작업과 관련해서 일어났다. 하청 노동자는 작업허가서가 없는 상황에서 허가서부터 먼저 받고 맨홀 배수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발전사 관리자는 그냥 작업하라고 카톡으로 지시한다. 이 때 원청 관리자는 작업자의 안전보다는 더 위에 있는 상급자의 심중을 더 고려한 결정을 내린다. “빨리하삼. 처장님, 팀장님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거니까요!”라고. 

 

 

하청은 다쳐도 치료받을 수 없다

 

5개 발전사에서 일하는 원하청 노동자에게 2019년 7월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업무관련 사고 경험자 가운데 산재를 신청하지 않은 사유는 경영평가, 업체 재계약 등을 이유로 상급자(원청)의 압력 때문(267건)이 가장 많았고, 해고나 재계약 등 불이익 우려 (191명), 쉬는 동안 내 업무를 맡을 동료에게 미안해서(119건)의 순이었다. 이렇게 산재를 입고도 신청하지 않은 수는 577건이었다. 해마다 비슷한 수의 산재가 일어난다고 보면 1년에 192건의 산재 미신청이 일어나는 셈이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이 작성한 건의사항에는 작업 현장의 여러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뒤틀리는지도 잘 드러난다. 한 노동자는 “주 52시간제 실시 이후 연장근로가 발생해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적정인력 확보도 넓은 의미의 ‘안전’에 속한다”고 적었다. 발전 하청노동자들은 실질 노동시간 단축을 고려하지 않고 짜여진 교대근무제 속에 늘 과로와 휴식 부족에 시달렸다.


원하청으로 분리된 발전회사 구조는 현장 노동자에게 일상의 차별과 직장 내 괴롬힘을 불러와 정신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줬다. 한 노동자는 “육체적 사고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상사의 폭언과 모욕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회사가 되도록 도와달라”고도 했다. 


또 다른 하청노동자는 원청 관리자의 갑질을 지적하면서 “협력사 직원들 생명은 신경도 안 쓰고 부당한 걸 부당하다고 말하면 ‘시키면 해야지 어디 하청업체가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썼냐’고 한다”고 적었다. 

 

 

원하청 구조가 발전소 사고의 원인 

 

김현주 교수는 2002년 5개 발전사 분사와 발전정비 업무의 민간개방과 경쟁입찰이 시작된 2013년 등 정부의 발전민영화를 위한 주요 정책 결정이 산재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발전사 산재 통계를 보면 2002년 발전사 분사 직후부터 2006년까지 산재가 늘어났다가 2007~2013년까지는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정비업무의 민간개방과 경쟁입찰이 시작된 2013년 이후 다시 산재가 늘어 2015년 최고치를 보인 뒤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김 교수는 “이는 발전소 노동자의 안전에 장기적 변화를 초래할만한 구조적 원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설문 결과와 건강보험 수진자료 등을 종합해 볼 때 발전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보다 산재와 건강 문제에 현격하게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원하청 구조’라는 게 드러났다. 

 

 

[사진4] 김현주 교수가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과 눈을 맞추며 강의하고 있다. ⓒ김용균재단

 

다음 김용균보고서 읽기모임 5강은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이 진행한다.

 

 

이정호

권유하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