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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안전지킴이 최종진의 일기 ①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가 되어 현장에 나가다 | 칼럼

  • 최종진
  • 2020-07-08 17:52
  • 8,661회

2020.4.1(수) 근로계약서 작성


경기도 고양 비정규센터 소장을 ‘갑’으로 하는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생애 처음으로 근로계약서를 쓴 것 같다. 4월 1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8개월 동안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로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놓친 고기가 더 큰 것이라 했던가? 도봉구 노동자 종합 지원센터 공모를 위해 분투한 10개월의 노력이 탈락으로 물거품이 됐다. 며칠 지나지 않은 탓으로 후유증이 다 가시지 않아서인지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 한구석에 지킴이 일이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면접에서도 “안전은 생명이다”라며 강하게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고 채용된 이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중요한 영역의 한 부분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지 않는가? 이렇게 자위하며 동기부여를 한다.

 

면접을 볼 때 어떤 면접관이 나의 경력이 부담(?)인지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했다. 난 솔직하게 말했다. 퇴직 후 청소 노동자나 철도 안전 관리일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일은 노동단체들이 함께 공모하는 사업인 만큼 의미도 있고, 안전은 생명이라는 신념과 의지가 있기 때문에 지원했다고 대답했다. 서울지하철에서 겪고 활동한 이야기도 했다. 이용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울교통공사 현장 노동자 출신으로 수많은 사상 사고를 직· 간접으로 경험했고, 투쟁을 통해서 바꾼 것도 참 많았다.

 

8개월의 기간제 노동자, “왜 8개월이지?”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이도 있지만, 나로선 퇴직 후에 하는 첫 활동인 안전지킴이 노릇에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기간제인데 불만 없다니 노동운동한 사람 맞아?) 내일부터 4일 동안 교육이 있다. 흰색의 안전모, 파란색의 안전화, 짙은 청색의 작업복, 형광 조끼를 받았다.

 

 

[사진1] 노동안전지킴이가 되다. ⓒ최종진

 


4.10(금) 실무교육과 수료식 


10시부터 17시까지 한 주간 교육을 받았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실, 전체 사고성 재해 중 절반이 넘는 건설 현장의 사고의 원인과 사고의 유형, 각 사고 사례 등을 들여다보며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 하는 계기가 되었다. 생소한 단어에 당혹감도 일정 있었지만 모르는 것은 배워 나가면 된다. 교통공사 다닐 때 산업안전 공부도 했고 실제로 활동도 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철도 안전관리자, 위험물 안전관리자, 소형지게차 면허, 자동차 정비 기능사 등 안전과 관련된 공부를 조금은 한 사람이지 않은가? 

 

건설 현장의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을 바꾸어야 한다. 일 시키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이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몸으로 체화해야 한다. 열심히 배웠다. 현장에 가서 제대로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현장 교육은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현장 방문 교육을 포함한 4일간의 교육 일정을 끝내고 수료식을 했다. 당초 의정부 2청사에서 하던 계획이 변경되어서 고양시 비정규센터에서 하게 되었다. 의정부에서 하면 집도 가까워 시간을 벌 거라고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그것도 장소변경 공지가 전날 갑자기 이뤄졌다. ‘경기도가 노동안전지킴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경기도 노동권익 담당 과장이 와서 축사를 했다. 5개 권역, 10개 시에서 10명의 노동안전지킴이가 활동을 한다. 난 양주 외 남양주 지역이다. 소감 한마디씩 했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의 첫 출발을 한다. 생소하기도 하고 약간의 어색함도 있다. 하지만 잘 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지자.

 

 

[사진2] 정리해야 할 일도 많다. ⓒ최종진

 


4.13(월) 현장에 나가다


현장에 처음 나가는 날이다. 안전화와 헬멧을 착용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오늘은 우선 사무실과 가까운 곳 주변인 덕계동을 찾았다. 인허가 대장을 보고 찾아가는데 만만치 않았다. 이곳은 그래도 낯설지 않은 지역이라서 쉬울 줄 알았는데 도로명 주소가 아닌 필지로 기재되어 있는 곳이 많아서 목적지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다가구 주택 한 곳은 이미 준공 검사를 앞둔 곳인데 사람도 없고 연락처도 없다. 점검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난감하다. 다른 한 곳도 마무리 공사 중이었다. 건축개요를 확인하고 남은 공정에 안전을 부탁하며 나왔다. 첫 행보가 너무 초라하다. 오후에 찾아간 곳은 오피스텔 신축 현장이었다.

 

먼저 현장 소장을 찾았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를 설명하고 현장점검에 협조를 부탁했다. 기초공사 후 철골(철근을 배분하여 철사로 고정하는 일)과 거푸집을 조성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우리를 산업안전공단이나 노동부에서 나온 걸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의 취지를 몇 번이나 설명했다.

 

 

[사진3] 현장에 나가다. ⓒ최종진

 
다행히도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개인보호구 착용은 가장 기본이다. 우선 그것부터 확인하자. 철골 조성하는 현장은 발 디디기도 수월하지 않았다. 철근을 밟고 지나기가 좀 부담스러웠다. 혹시 추락이 예상되는 위험한 곳은 없는지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현장 한 곳에 용접용 산소통과 아세틸렌 가스통이 방치되어 있다. 위험물 보관소를 별도 만들어서 규정대로 보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긴장과 기대의 하루를 마치고 사무실로 왔다. 


정리해야 할 일도 많다. 컴퓨터에 익숙지 못해서 당분간 부담을 안고 갈 것 같다. 일일활동 기록표, 점검표, 성과 기록표, 조치 및 결과 사진 첨부 등이 다소 부담된다. 찍은 사진을 다운받고 양식에 집어넣는 일이 쉽지 않다. 좀 지나면 이 또한 익숙해지리라.

 

오늘 찾은 현장에 크레인이 있었다. 건설 현장의 상징인 크레인.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크레인 사고는 참 많이도 발생한다. 크레인 사고로 희생자도 많다. 크레인 작업에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자격을 가진 유도자(신호수) 배치가 필요하다. 신호수는 8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식별이 되도록 붉은 헬멧을 착용한다. 작업 시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작업 반경 내에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양중 시에는 반경 내 다른 작업을 하면 안 된다.


설치 해체 작업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 6개월의 정기검사와 수시검사, 접근 금지 등의 조치. 무엇보다도 강풍 시 기준(시속 10킬로 이상일 때는 설치와 해체 작업 중단. 15킬로 이상이면 작업 중단)을 준수해야 한다. 

 

크레인의 구조와 점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날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크레인에 대한 구조, 설치 해제 시 순서, 작업지휘자 선정 등 준수사항에 대해 공부를 한다.

 

 

 

 

글│사진

최종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