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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찾는 사람들] ①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 칼럼

  • 이주영
  • 2021-03-04 10:45
  • 5,093회

 

LG트윈타워 투쟁에 연대하게 한 ‘그것’은 무엇일까?

 

<런던 프라이드> 영화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해고당한 광부들과 이들에 연대하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고된 노동자와 성소수자는 정체성과 이해관계가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집단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마찰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서로의 권리를 위해 힘을 모은다. 서로를 지지한다. 어떻게 연대할 수 있었을까? 이들을 연대하게 한 ‘그것’은 무엇일까? 지난 2월 6일에 열린 <LG트윈타워 2차 간담회>가 그 중요한 답을 준 듯하다. 

 

2차 간담회는 온라인(Zoom)으로 진행했으며, LG트윈타워 투쟁 상황을 공유하고 이를 사회적 의미로 넓혀갔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라는 단절된 사회 속에서, 이번 온라인 간담회는 더욱 특별했다. 역설적으로 연결의 집합이었다. 청소노동자(김영례, 최명자, 최이순)와 패널(오승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이용덕 노동해방투쟁 활동가, 희정 기록노동자), 간담회 준비팀이 모였고, 60여 명의 사람이 참여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네트워크적 연결을 넘어, 감정과 정체성의 연결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해고에 함께 분노한 우리는, 노동자성이라는 공통된 특성이 있었으며, 더불어 사는 인간이라는 더 거시적인 마주침도 있었다. 

 

LG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로 일한 김영례, 최명자, 최이순 조합원들은 각각 8년 5개월, 3년 8개월, 2년 7개월 근무했다. 노동자들은 갑질과 저임금, 고된 노동으로 인간답게 살고자 노조에 가입했다. ‘눈치 보이는’ 노동조합 조합원이면서 고령 노동자이었기에 더 열심히 일해왔고 앞으로도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조를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해고를 통보했다. 이유는 ‘품질저하’라는 구차한 변명이었다. 노동자들은 부당한 해고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지금까지 매일 LG트윈타워에서 투쟁하고 있다.

 

사회자는 패널 셋에게 “태어날 때부터 ‘투쟁’이라 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 농담을 하며, 노동문제에 연대하게 된 계기를 묻는다. 오승재 활동가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 당했던 차별을 말하며, 투쟁 후 승소까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용덕 활동가는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과 쌍용차, 톨게이트 투쟁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의 주체적 힘을 느꼈다고 전했다. 희정 기록노동자는 대학생 시절 노학연대로 활동했던 경험을 통해, 노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세 조합원과 패널뿐 아니라, 자본주의 속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수많은 이들은 모두 노동자다. 청년들 또한 대부분이 노동자거나 노동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자라는, 노동자가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연대할 수 있다. 더불어 가장 무시당하던 노동자가 인간다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회사·공동체·사회가 되는 것은, 내가 어디를 가던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LG트윈타워 투쟁은 청소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노동자라는 이해관계가 아니더라도,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오늘의 일과만 보아도 청소용품이 세워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와, 쓰레기 하나 없는 아파트 도보를 지났고, 걸레질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지하철역을 거닐며, 락스 냄새가 풍기는 공용 화장실에 들어갔다. 머물렀던 어느 장소 하나, 청소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청소 노동은 내 일상과 깊숙이 관계하고 있었다. 

 

가사노동이나 청소노동처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또 분주히 움직이는 ‘그림자 노동’. 이 노동은 그림자처럼 저 바닥에 무가치하게 머물며, 그래서 사뿐히 즈려밟고 가도 되는 것인가? 패널 희정은 ‘그림자 노동이란 자연히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보지 않거나 못 보게 하는 노동’이라 한다. 그림자 노동은 어쩌면 존재부터 외면당했던 노동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잘 것 없이 여겼던 이 노동들은 너무나도 우리 삶 깊이 침투해 있고 필수적이다. 

 

간담회의 말미, 사회자는 연대의 의미를 물었다. 이용덕 활동가는 ‘연대는 지금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낳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는 것’이라 했다. 연대는 수혜적 도움이 아니라, 당사자들과의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일 거다. 사회의 근본적 문제는 타자의 도움이 아니라 그 당사자의 주체적·협력적 투쟁으로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명자 조합원은 연대할 때 ‘어디에 속해 있던지, 조여주고 세워주는 작은 나사못 역할만 하자’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정말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의 투쟁은 나사가 되어, 우리를 연결해 현재의 연대를 만들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2차 간담회의 대표 문구는,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였다. '연결'은 이번 간담회를 넘어 노동자 투쟁,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핵심적 단어다. 타인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 즉 관계를 인식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기적 욕망이나 수혜적 시선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연대하게 한다. 

 

 

 

이주영

권리찾기유니온 조합원(성공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