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유하기

[은성 칼럼] 플랫폼 노동, 모든 노동자성 박탈에 맞서는 해법의 기준 | 칼럼

  • 하은성
  • 2021-02-23 16:15
  • 7,360회

 

 

1. 노동자는 누구인가?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며, 현행 법(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의 근로자 정의 규정에 따라 노동자의 지위를 확인 받을 가능성이 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법원(판례)은 계약의 형식,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사회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판정해주는 주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 플랫폼 사업에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은 노동자인가?

 

그러나 플랫폼 사업체는 위와 같은 기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법내)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게 할 수 있는 고용형태와 다양한 장치를 개발해나가고 있습니다. 즉, 직접적인 업무지시 대신 요기요는 등급제에 연동된 스케줄제도의 도입을, 배민라이더스는 알 수 없는 AI알고리즘에 의한 지배를, 쿠팡이츠는 성과급과 평점제도를 통해 효과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합니다. 이러한 간접적인 통제방식은 법원이 그어놓은 노동자 인정 기준에 근거한 것으로 마치 노동자를 비노동자로 둔갑시키는 마법과도 같습니다.

 


3. 노동자를 비노동자로 둔갑시키는 마법은 어디에서 먹히고 있는가?

 

그러나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것은 특수한 산업, 특별한 고용형태, 특정한 직군에만 해당되는 특별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노동법의 규율로부터 벗어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간접고용보다 더 손쉽고 흔한 수법은 바로 비근로계약서와 사업소득세를 통한 노동자성 빼앗기입니다. 이렇게 노동자성을 박탈하는 마법은 모든 사업에서 판치는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노무관리의 정석입니다. 급여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장내에서 동일한 노동을 하는 직원을 근로계약 노동자에서 사업소득자로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면 충분하며, 음식점, 미용실, 학원 등의 사업주 커뮤니티에서는 나중에 노동자성을 주장하지 않을 사람을 잘 분별해서 진행해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 대놓고 공유됩니다.

 


4. 노동자성 박탈 마법을 어떻게 퇴치할 것인가?

 

판례와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이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합니다. 사업주가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 주장할 필요도 없이 처음 계약을 맺을 때 노동자로 신고하지 않으면 그냥 노동자가 아닌 것입니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노동자성을 입증할 수 있는 수많은 증거들을 확보하여 법원이나 노동청에 가야합니다.

 

따라서 권리찾기유니온도 노동자성 판단에 관한 입증책임의 부담을 사업주에게로 전환하는 방안(절차법적 접근)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걸음 더 나아가 법적 절차(근로자지위 확인 등) 이전에 일상의 노동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실제로 보장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해고 위협에 취약하거나, 플랫폼 사업과 같이 대체할 노동력이 충분한 경우, 당사자들이 권리구제 소송에 나서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결국, 당사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법적절차를 감수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노동자성에 대한 오분류를 교정하고, 누구나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짜 5인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거나, 특정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박탈하여 노동법을 회피하는 사업주를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고,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노동관행을 만들어야 합니다.

 


5. 해법의 기준은 모든 노동자를 (그냥)노동자로 하는 것이다.

 

노동법은 기본법으로서 모든 일하는 사람을 포괄하여 보호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빼앗기기 쉬운 노동자들을 위한 법이어야 합니다. 노동자로 입증되기 쉬운 노동자는 기본법으로 규율하고, 사용자에 의해 노동자성을 박탈당한 노동자들은 기본법 밖에서 특별히 보호하겠다는 것은 정확하게 시대순행적인 발상에 불과합니다. 노동자성 박탈의 시대를 방치하고 강화하겠다는 것이며, 그 기본법이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기본) 노동법이 아니라는 것을 실토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플랫폼 사업, 5차 산업, 또 무수한 사업(가들)의 혁신에 따라 고용형태는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별도의 법안을 만드는 것은 제3지대를 넘어 제4지대, 제5지대를 만들 것이며, 근로기준법과의 거리를 더욱 더 멀게 만들 것입니다. 

 

이렇게 노동자를 쪼개고 나누어 차별하고, 나아가 노동자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빼앗아버리는 노동체제의 진화에 맞서 반격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정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상투적인 문구일 수도 있지만, 기본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노동자는 노동자다’ 이것이 진실입니다. 타인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고 소득이 발생하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입니다.

 

 

 

플랫폼 노동 온라인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하은성 노무사. ⓒ정의당TV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 플랫폼 노동 온라인 정책토론회(정의정책연구소,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등)에 제출한 토론문입니다.

 

<<토론회 전체 영상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