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유하기

가짜 5인미만 사업장 고발 경연대회 발표 | 현장

  • 이정호
  • 2020-10-27 15:23
  • 6,076회

최근 총회를 열어 노동조합으로 전환한 '권리찾기유니온'이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회견을 열어 가짜 5인미만 고발 경연대회 계획을 발표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그동안 받은 제보를 토대로 다음달 14일 ‘가짜 5인미만 나야 나, 시상식’(가오나시 상) 본선 진출자를 공개하고 시민투표를 거쳐, 가짜 5인미만 사업장에서 고통 받으면서도 그동안 말도 못했던 가오나시들에게 오는 12월16일 시상식을 열어 그들의 권리찾기에 동행하기로 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올해 들어 가짜 5인미만 사업장 제보를 받아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 고용노동부에 고발장을 접수한 데 이어 이날 3차 고발자를 모아 고발장을 접수하고 이 가운데 3개 사업장은 근로감독 청원을 요청했다. 


12월16일 ‘가짜 5인미만 사업장 나야 나, 시상’


3차 고발에 나선 노동자들은 이날 회견장을 찾아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소개했다. 대기업 소유 빌딩의 시설관리 노동자로 일해온 50대 여성가장은 권리찾기유니온 간부가 대신 읽은 편지에서 “6년간 성실히 일했는데 추석 직전 해고됐다”며 “인간적 모멸감에 시달리다가 권리찾기유니온을 통해 피해구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기본적 노동권을 잃어버린 전국의 수많은 저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권유하다가 27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가짜 5인미만 고발 경연대회 계획을 발표했다. ⓒ권유하다


ㅈ위스키에서 퇴사한 한 노동자는 이날 회견장에 보낸 편지에서 “지난 9월초 입사해 하루 10시간 주 6일 일하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서도 없이 구두계약으로 일하다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날 사직서도 동시에 작성해야 했다”며 “평소 엉망으로 재고관리를 해놓은 회사는 ‘재고 다 맞춰놓고 퇴사하고, 안 하면 손배청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노동자는 근무 중 연차사용을 물어보니 5인미만이라 안 된다는 소리만 들었고, 자진 퇴사했기에 한 달 동안 일한 모든 임금도 받지 못했다. 이 노동자는 “절망하고 있을 때 인터넷에서 ‘권리찾기유니온’을 접하고 도움을 받았다”며 “더 이상은 권리 앞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러 개의 호텔을 운영하면서 15명 이상 채용해 하나의 단체카톡방에서 업무를 지시했던 ㅈ호텔은 사업장을 여러 개로 쪼개 5인미만 사업장으로 등록해 놓고 각종 수당을 주지 않았다. ㅈ호텔에서 일했던 노동자는 이날 회견장을 찾아 당사자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정부는 5인미만과 이상을 구분하지만,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라고 일을 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진재연 사무국장은 연대 발언에서 “지난해 방영된 MBC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극중에서 권리를 잃어버린 노동자를 지키는 정의의 사도로 나오지만, 정작 이런 드라마를 만드는 수많은 방송스텝은 대부분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권리찾기유니온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벗’ 소속 김세정 노무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소개하면서 “영화에서 치히로는 이름까지 개명당하며 온천을 운영하는 노파 유바바에게 착취 당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간다”며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잃어버린 노동권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가짜 5인미만으로 위장해놓고 노동자를 괴롭혀 온 한 호텔이 지금 이 순간 근처에 있는 한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유력 언론사가 주최하고 산자부가 후원하는 CEO대상을 수상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과 달리 가짜 5인미만 사업장에서 고통받으며 지내온 피해 노동자에게 상을 주려고 한다”고 가오나시 시상식 계획을 발표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27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가짜 5인미만 고발 경연대회 계획을 발표했다. ⓒ권리찾기유니온

 


이정호
권리찾기유니온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