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유하기

[기고] 노동안전지킴이 최종진의 일기 ⑤ 그래서 주장한다 | 칼럼

  • 최종진
  • 2020-08-25 16:45
  • 1,678회

6.4(목) 건강과 환경


누군가 거주할 한 채의 집을 지으면 그만큼 환경은 파괴되는 것 같다. 같은 형태와 규모의 다가구 건축 현장이 많이 있다. 건물 외벽의 마감은 대부분 벽돌이나 대리석 돌판을 붙인다. 이 대리석 돌판은 톱으로 잘라서 사용한다. 돌을 자를 때 발생하는 많은 돌가루는 공중에 날리고 바닥에도 뽀얗게 쌓인다. 돌을 자를 때 나는 소음과 함께 이웃들에게 큰 원성의 대상이다. 

 

건축 현장 바로 옆에 거주하는 주민이 오늘 우리에게 민원을 좀 넣어달라고 한다. 현장에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다며 화를 낸다. 그만큼 소음과 먼지가 주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공사장에 있는 노동자가 가장 소음과 먼지에 노출되어 있다. 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물을 뿌리는 방법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돌가루(분진)를 집진할 방법이 필요하다. ‘최소한 이동식 진공청소기라도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공장이나 규모가 큰 공사에는 집진 시설을 하지만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는 최소화하는 수밖에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 같아 속상하고 안타깝다. 

 

환경문제와 더불어 노동자의 건강 문제가 시급하다. 돌을 자르고 나르는 사람 그리고 벽에 돌을 붙이는 사람은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물론 보안경과 귀마개도 착용해야 한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목이 따가울 정도인데 이 일을 하는 노동자들 그 누구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없었다. 

 

 

[사진1] 마스크도 쓰지 않고 대리석 돌판을 자르고 있다.  ⓒ최종진

 

“마스크 착용을 해라”고 하자 답답해서 일을 못 한다고 한다. 돌가루를 온전히 마시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탄광에서 일하다 진폐증으로 고생하다 죽은 노동자들을 생각하게 된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노동자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건설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 책임자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책임 있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마스크, 보안경, 귀마개 등 개인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하게 하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다.

 


6.5(금) 경험 많은 노동자들


3층 규모의 다가구 주택의 건축 기간은 보통 5개월 남짓 되는 것 같다. 공사 시작해서 마칠 때까지는 여러 팀의 손을 거친다. 굴착기로 터를 파고 철근을 배근하고 엮은 다음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 타설을 한다. 이 공정은 철골을 엮고 거푸집을 조성하는 전문가들이 담당한다. 비계 전문가들은 비계설치를 한다. 건축물의 층수가 올라갈수록 비계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작업 발판과 승·하강 통로는 견고한 비계설치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비계 설치와 작업 발판 등 모든 내용은 법과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부는 안전성이 강화된 시스템 비계의 사용을 권장하고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시스템 비계를 사용하는 곳이 많이 있지만, 비용부담 등의 이유로 강관비계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미장팀은 건물 내벽과 외벽의 미장을 담당한다. 대부분 팀을 구성해서 일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철골, 미장, 목수 등 기술을 가진 경험 많은 베테랑급 노동자들이 팀별로 일을 담당하고 있다. 중요한 기능인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관성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안전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진2] 발판이 아닌 파이프를 딛고 일하는 모습  ⓒ최종진

 

일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임의로 난간을 해체하고 목재 사다리를 만들어 사용하는 등 규정에 반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추락이나 전도의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이 일을 30년 한 사람이다.” 그러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이 때문에 전문팀들의 소속이 아닌 신규 일용 노동자나 이주 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고참 경력 노동자들이 안전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까닭이다. 

 

현장에 안전지킴이가 가면 간혹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를 보면 벗어 놓은 안전모를 찾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실제로 많이 목격한다. ‘우리가 현장 점검하고 간섭하는 건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경험은 큰 재산이지만 그래도 규정은 지켜야 합니다. 현장의 안전은 오랜 경험자들의 자세와 태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안전교육은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런 진정성이 전달되길 바란다.

 


6.18(목) 현장을 비우지 마세요


남양주 별내동, 다가구 주택 건설 현장이 많은 곳이다. 이전에 갔던 곳을 찾았다. 오전에 들른 두 곳 다 책임자가 부재했다. 현장은 정리 정돈이 되지 않아서 엉망이었다. 더구나 어두워서 발을 디디기가 힘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떤 노동자는 일하고 있었다. “잘 보이세요?”라고 묻는 말에 잘 보인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사진3] 계단에 안전 난간도 없다.  ⓒ최종진

 

나이가 지긋한 한 분이 “소장은 없고 내일부터 정리하고 계단과 승강기에 안전 난간대를 설치할 겁니다.” 말한다. 진작부터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은 곳이 여기저기 많이 있다. 아마 소장의 소재를 알고 있는 것을 볼 때 소장의 지시를 받는 사람인 것 같다. “근데요. 내일은 내일이고 사고는 지금 당장 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응대하면서 부재중인 현장 소장에게 통화를 했다. 조치해야 할 내용을 이야기했다. 조치하고 연락 달라고 했다.

 

두 번째 방문한 현장은 더욱더 엉망이었다. 마찬가지로 책임자는 없었다. 안전모를 쓰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가 벽면에 부칠 돌판을 밧줄로 묶어 올리는 일을 하고 있다. 안전모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노 캡. 노우 워크.”라고 했더니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내부 계단으로 올라가는 곳곳에 발을 디디기가 힘들 정도로 엉망이다. 마치 엄청난 쓰레기 하치장 같다. 벽돌, 사다리, 시멘트 포장지, 못이 박힌 나무토막들이 뒹굴고 돌가루가 수북이 쌓여 있다.

 

 

[사진4] 위험이 바닥에 널려 있다.  ⓒ최종진

 

4층으로 올라가니 안전모를 쓰지 않고 외벽에 돌판을 붙이고 있다. 돌가루 날리는 절단 작업을 하는 사람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있다. 돌판을 자르는데 하얀 돌가루가 뭉게구름처럼 날린다. 발판에 올라섰다. 흔들리고 있다. 비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발판에 걸터앉아서 외벽에 마감재인 돌로 된 판을 붙이고 있다. 안전대는 고사하고 안전모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그분들에게 직접 안전조치를 이야기하기가 난망하다. 물론 안전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사업주가 관리 감독을 하면서 강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심해서 일하세요.” 한마디하고 내려왔다. 현장관리자 전화번호를 찾아서 전화했다. 안전모와 안전대 지급했는가? 왜 현장을 비우는가? 비우더라도 작업지시, 안전 준수 확인시키고 비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어느 때 보다 조목조목 따졌다.

 

현장소장이 여러 곳에 책임을 맡은 경우도 있고 자재 구매 등 용무로 현장을 비울 수는 있다. 그러나 비우더라도 그날의 작업 공정에 대한 주의나 지시를 하고, 개인보호구를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부재중에는 누군가에게 작업감독을 맡기고 가야 한다. 

 

오전 내내 속상함과 일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작업중지권 확보. 이것이 되지 않으면 안전지킴이의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주장한다, 작업중지권을 달라고.


 

글│사진

최종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