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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일한만큼 달라" 호텔 임금체불 신고했더니 '횡령' 고소 | 알림

  • 권리찾기유니온조직실
  • 2021-04-27 11:43
  • 6,373회

호텔 위탁운영 업체. 사업장 쪼개 근기법 회피해
본 소유주와도 경영 관련 문제로 민사 소송 진행

 

 

© News1 DB

 

"이래서 사람들이 자기주장을 못하고 사는 것 같아요. 일을 시킨 만큼 돈을 달라는 건데 참…"

 

자신을 해고한 회사와 체불임금 문제로 다투고 있는 이서윤씨(가명·53·여)는 답답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자신을 고용했던 호텔 위탁운영업체 A사가 5명 이상 직원을 고용하고 있음에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해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광주지방고용노동청군산지청에 고발을 했다. 그런데 회사는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이씨가 회삿돈을 횡령했다며 맞고소했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군산지청은 지난 8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사의 대표를 전주지방검찰청군산지청으로 송치했다. 군산지청은 A사가 사실상 5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임에도 근로기준법 등을 회피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해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노동청이 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씨는 고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회사의 맞고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그동안 회사가 손해배상 청구를 경고하는 등 여러 압박을 해왔다"며 합의를 하자는 요구를 거부하자 형사 고소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A사는 이씨가 호텔을 찾아오는 고객에게 정해진 가격보다 싼 가격에 방을 파는 방식으로 17차례에 걸쳐 14만9000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호텔에서 조식 제공 등을 위해 준비한 음식을 이씨가 집으로 가져가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씨는 가격 할인은 회사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며 중간관리자가 매일 매일 객실 현황표와 일지 등을 확인하고 결재된 금액과 비교하기 때문에 자신이 마음대로 요금을 횡령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또 음식도 조식 제공 후 남은 음식을 가져가라는 요구에 한차례 응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사측의 고소에 대해 이씨의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국장은 "전형적으로 권리 구제를 요구한 노동자를 괴롭히기 위한 소송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5인 미만은 예외'라는 근로기준법이 만든 함정

 

이씨는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여간 군산의 한 호텔에서 실장으로 근무했다. 이씨와 법적인 다툼을 벌이고 있는 A사는 낙후된 숙박시설을 본 소유주에게 위탁받아 대신 운영을 한 뒤 수익을 배분받는 방식의 사업을 하는 업체로 이씨가 일했던 호텔을 포함해 군산에만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로 24시간씩 맞교대로 일을 했다. 대부분 혼자 근무했기 때문에 쉬는 시간도 보장이 되지 않았고 밤새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대기해야 했지만 이씨에게는 야간, 휴일 수당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유급연차도 받을 수 없었다.(관련기사: "6개월 근무 호텔, 하루 연차 달라하니 잘려")

 

이런 상황에서 이씨는 '손님 방문이 뜸한 새벽 시간에 휴식을 위해 형광등을 끄게 해줄 것' '6개월 근속을 하면 하루 연차휴가를 줄 것'을 요구했다가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A사는 이씨가 평소 근무를 태만히 했으며 불만이 너무 많았다며 해고 사유를 전했다.

 

지난 1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권리찾기유니온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해고 과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씨는 당장 불만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A사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호텔들을 각각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사는 이씨와 맺은 계약서에도 호텔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상당 수 조항의 예외를 인정받는다. 수당, 연차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하더라고 구제 신청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회사에는 5명 이상이 일하는 곳이었다. A사가 운영하는 군산 지역 내 호텔 직원들은 지점을 옮겨가며 근무를 하기도 했고 한쪽 호텔에 방이 다 차면 다른 호텔로 손님을 안내하기도 했다. 또 이씨는 위탁운영을 맡은 A사의 직원들과 중간관리자들이 지점을 구분하지 않고 업무 지시를 했으며 15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들어와 있는 SNS 단체 대화방에서 수시로 업무와 관련된 지시사항이 전파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씨는 5인 이상 사업장을 5인미만 이라고 속여 지급하지 않는 수당 등 1349만원을 지급하라며 A사를 고발했다. 하지만 A사는 '고용 계약은 위탁경영을 맡은 자신들이 아닌 호텔의 원소유자와 한 것'이라며 자신들은 고용 관계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고 오히려 이씨가 손님들에게 정해진 가격보다 싸게 판 것 등을 문제 삼으며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어진 추가 고발…"위탁운영 사업 자체도 문제" 소송도

 

회사가 이씨를 고소했다는 사실에 대해 인근의 다른 호텔 지점에서 일을 하다 퇴사한 김지민씨(가명·46·여)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 역시 방 판매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모두 체크하고 있어 직원들이 맘대로 싸게 파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회사가 방이 다 차는 것을 목표로 현장에서 가격을 유도리 있게 받으라고 해놓고 소송을 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 또한 이씨와 같이 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며 A사를 서울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김씨는 A사가 5인 미만 사업장임을 근거로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월급도 제날짜에 지급되지 않았고 4대 보험료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A사에서 함께 일한 자신의 딸도 한번만 계약서를 쓴 뒤 3개의 매장을 돌며 일을 했다며 A사가 각 호텔이 별도의 사업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구라고 반박했다.

 

한편, A사는 노동 관련 사항에서뿐만 아니라 위탁계약을 맺은 호텔의 원 소유주들과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씨가 일을 했던 호텔의 원소유주인 B씨는 최근 A사의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사가 호텔을 위탁운영 하기로 하고 수익금 일부를 배분하겠다고 계약을 했지만 수익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 측은 군산과 익산의 2개의 호텔을 A사에 위탁운영을 맡기며 매달 고정된 수익금을 받기로 했지만 최초 몇달을 제외하고 수익금이 배분되지 않았으며 전자제품 리스비, 관리비 등의 납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신에게 계속 독촉 문자가 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더불어 B씨 측은 호텔 직원 채용에 대해 자신들은 전혀 관여한 바가 없음에도 A사가 운영 중에 발생한 노동문제를 자신의 책임으로 미루려 한다며 분노했다. 현재 B씨 측은 A사의 대표를 형사 고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스1은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입장을 들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A사 측 관계자는 "현재 법적인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박동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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