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공유하기

[매일노동뉴스] "의무휴업일에 연차휴가 쓰는 마트노동자" | 알림

  • 권리찾기유니온조직실
  • 2021-04-12 18:22
  • 6,076회

대형마트 연차 강제소진 관행 … “의무휴업일 유급휴일로 지정해야”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수도권에 위치한 이마트 A지점 9년차 사원인 김진석(가명)씨는 지난달 28일 연차 유급휴가를 썼다. 그날은 넷째주 일요일로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일이었다. 그런데 김씨가 속한 부서에서 1명을 뺀 나머지 7명이 그날 휴가를 신청했다. 마트가 쉬는 날인데 마트노동자들은 왜 한꺼번에 휴가를 낸 것일까.

 

김씨는 “의무휴업일에 관리자가 대체휴무나 연차휴가를 강제로 소진하게 하도록 안내하기 때문”이라며 “동료들은 이를 관행처럼 여기거나 불이익을 받을까봐 문제제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의무휴업일에 연차휴가를 쓰다 보니 남은 휴가가 얼마 없어 노동자들끼리 근무스케줄을 조정하다 갈등을 빚기도 한다. 김씨는 “회사는 강제사항이 아니라며 직접 연차휴가를 신청하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연차 소진을 의무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사측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아냐”

 

노동자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날”

 

이마트민주노조(위원장 김주홍)는 5일 사측과 연차 소진에 대해 주고받은 공문 내역을 공개했다. 이마트는 지난 1월 전사 근로자대표와 연차 유급휴가를 의무휴업일에 소진하도록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의무휴업제도가 시행된 2013년부터 꼬박 9년째 이같은 내용을 합의해 왔다. 사측은 공문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차 의무사용일도 표기해 뒀다. 공휴일 근무로 발생하는 대체휴무 사용 날짜도 구체적으로 지정했다. 이렇게 지정된 날짜에 연차휴가를 쓴다면 16일의 연차휴가를 가진 노동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휴가일은 7일에서 9일 정도다.

 

사측은 근로기준법 62조를 근거로 휴일 대체사용을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62조에는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해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마트 사측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일은 공휴일이 아닌 ‘이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라며 “따라서 근기법상 대체휴무와 연차로 갈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의무휴업일을 근기법상 근로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의무휴업일은 나라가 정한 휴일이기 때문에 사측이 근거로 드는 62조의 ‘특정한 근로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주홍 위원장은 “회사가 연차휴가 소진일을 지정해 노동자의 연차휴가 시기지정권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60조를 어기고 있다”며 “의무휴업일은 노동자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공휴일에 준하는 날로 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유통산업발전법 유급휴일 지정해야”

 

의무휴업일에 연차나 휴일근무로 발생한 대체휴무를 소진하도록 하는 일은 유통업계 안 오랜 문제다. 이마트뿐 아니라 롯데마트나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일어난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무휴업제도는 노동자의 쉴 권리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생겼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에 대체휴가 소진을 강제해 휴일가산수당을 아껴 왔다. 연차사용을 유도해 마트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지출도 줄인 셈이다.

 

노조는 의무휴업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주홍 위원장은 “유통산업발전법 입법 취지를 살려 의무휴업일을 유급휴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은성 공인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의무휴업일이 (유급휴일이 아니더라도)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인 것은 명백하다”며 “근로기준법 62조의 취지와 휴일의 의의를 고려할 때 휴업일에 연차를 쓰게 하거나 대체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근로자대표와 사측 합의는 무효”라고 지적했다. 하 노무사는 “유통산업발전법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노동자 의사와 무관한 합의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로자대표의 선출과 권한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소희

매일노동뉴스

 

<<기사 원문 보러가기>>